보도자료

로마인에게 배우는 물류혁신

여성구 범한판토스 대표이사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오랜 시간 역경을 극복하며 위대한 발전을 이루어낸 로마를 일컫는 말이다. 로마 제국의 번영은 약 1,000년 동안 계속되었으며, 이 시기에 남긴 유·무형의 문화적 유산은 실로 엄청나다. 그런데 로마가 ‘로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제국을 관리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격언까지 나올 만큼 유명했던 ‘도로’다.

기원전 3세기부터 시작된 로마의 도로공사는 제국의 발전과 맞물리며 500여 년 동안이나 계속됐다. 로마는 전성기에 유럽·아시아·아프리카의 3개 대륙을 통치했고, 이 과정에서 로마의 도로는 북쪽으로 영국, 서쪽으로는 스페인·포르투갈, 남쪽으로는 북아프리카와 이집트, 그리고 동쪽으로는 소아시아까지 뻗어나갔다. 총 길이 8만 킬로미터, 지선까지 합하면 15만 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하니 21세기에 사는 우리에게도 어마어마한 규모다.

기원전 8세기경 테레베 강가의 작은 도시국가에서 출발한 로마는 ‘도로’의 건설을 통해 제국을 효과적으로 넓히고 관리해 나갈 수 있었다. 특히, 로마의 군대는 수적으로 열세한 경우에도‘도로’를 통해 기동성을 확보함으로써 판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로마의 도로는 최대한 직선으로, 평탄하게, 표준화된 폭으로 설계됐고, 자갈과 돌을 사용해 포장을 함으로써 비가 오는 날에도 행군이 가능하고, 전차와 수레가 달릴 때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로마군은 이 도로를 통해 정예 병사와 각종 무기 및 군량을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이른 바 전략적 배치전환을 통한 속도전을 펼쳤다. 또한, 로마의 도로는 네트워크화되어 A에서 D라는 곳으로 갈 때 ‘A→B→D’, ‘A→C→D’ 등으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 어떤 길이 적에게 점령당하거나 천재지변으로 못쓰게 될 경우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

로마인의 도로 활용은 오늘날의 물류 비즈니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높이 살 것은 창의적 문제해결 방식이다. 군사작전을 ‘힘’의 대결이 아닌 ‘지혜’의 대결로 본 발상의 전환이 로마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 게임의 룰을 ‘양’의 문제에서 ‘질’의 문제로 전환시키고, 질을 통해 양의 문제를 통제하는 것은 오늘날 물류산업의 화두인 공급사슬관리(SCM)가 지향하는 바다. 공급사슬관리란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고 기업의 자원을 그 수요에 맞게 배치하며, 그 수요에 따른 생산이 최종 소비자에게 정확히 공급되도록 하는 최적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물류는 이제 화주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지식기반의 서비스 산업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로마인의 도로 활용이 물류 비즈니스에 주는 시사점은 ‘도로’를 보는 관점이다. 로마의 도로에는 오늘날 ‘웹 2.0’이 표방하고 있는 ‘개방·참여·공유’의 철학이 그대로 숨어있다. 성을 쌓기보다 길을 내었던 로마는 점령지의 문화를 배척하기 보다는 이를 포용하는 정책을 취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모든 정보와 지식은 로마로 모여들었다가 세계 각지로 공유되었으며, 이 같은 현상은 군사작전에서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아이디어의 융합과 창조로 이어져 로마 제국의 발전을 도왔다.

물류 산업에 있어서 창의적 문제해결 방식, 개방·참여·공유의 철학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도로’는 무엇일까? ‘물류IT’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는 물류IT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활용해 나갈 것인가에 물류산업의 성패가 달려있을 것이다.

범한판토스는 기업물류의 3대 요소인 운송관리, 창고관리, 재고관리를 웹상에서 동시에 처리해 고객들에게 화물의 이동상황과 물류정보를 동시에 보여주는 글로벌통합물류시스템 PVS(Pantos Visibility System)를 2006년 국내 최초로 완성해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범한판토스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통합물류시스템을 창의적 문제해결에 적용하기 위해 2009년부터 컨설팅 요소 즉, 물류루트 최적화, 비용시뮬레이션 등 지능형 서비스 기능을 추가하고, 생산·금융·무역 등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웹 2.0’의 ‘개방·참여·공유’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국내 물류기업으로는 최초로 본사와 전 세계 35개국에 진출해 있는 83개 법인·지사의 모든 시스템을 웹을 기반으로 통합·단일화하는 GSI (Global Single Instanc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GSI 프로젝트는 전세계 법인 및 지사의 각종 물류 사업을 계획부터 실행까지 통합하고, 이를 손바닥 보듯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공급망 가시성 서비스의 수준을 한층 더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제조 기업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우리 물류산업의 체질 강화 문제도 자주 논의되고 있다. 이런 때 2,000년 전 로마인의 지혜가 우리의 귀를 번쩍 띄게 하는 것은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개방·참여·공유의 자세로 새로움과 다양성을 받아들이라는 메시지 때문이다.